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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기계음을 내는 드론님들 사이에서 홀로 방에 누워 하얀 도화지 위에 끄적끄적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창문 너머로 불어오는 바람에 산들산들 밀려오는 머리카락을 걷어내고 바람이 불어온 쪽을 바라봤다. 도화지는 이미 방 한쪽에 바람을 타고 쳐박혔고 아이는 창틀에 발을 걸치고 있는 까마귀가 내민 손을 잡았다.
제임스는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아이 몸에 박혀있던 칩이 그의 위치를 집어냈고 바로 드론들을 보냈지만 영 소식이 없다. 안되겠어. 직접 가야겠어. 마인드가 말리는걸 무시하고 그는 저택을 넘어섰다. 아이는 제 저택을 감싸고 있는 숲 한 구석에 있었다. 드론의 부서진 잔재 사이에서 머리카락 한쪽이 귀 뒤로 넘어가 있고 그곳엔 검은 까마귀의 깃털이 꽂혀있었다.
"하.."
제임스는 어이없어 헛웃음을 쳤다. 분노로 시야가 하얗게 번쩍였다가 돌아왔다. 금방이라도 찾아가 그의 날개를 뽑아버리고 사지를 갈갈히 찢어버리고 싶었지만 상대가 상대인지라 함부러 나설 수가 없었다. 대신 제임스는 분노를 아이에게 돌렸다. 뒤집힐 듯 팽글 도는 눈과 마주치자 아이는 다가오려다 말고 그 자리에서 멈춰섰다. 넓게 탁 트였던 공기가 서서히 좁혀져 목을 조르는 거 같았다. 아이가 슬금슬금 뒷걸음질 치자 제임스는 성큼 다가가 아이의 얇은 발목을 냅다 잡고 질질 끌었다. 소리없는 아우성을 지르며 아이는 나무뿌리와 풀을 등으로 받아내며 끌려왔다.
"왜 나갔어요. 도망가려고 했어요? 아저씨가 도와준거 맞아요? 근데 왜 지금은 혼자 있어요?"
아이가 고개를 연신 저으며 뭐라 말하려 입을 벙긋거리다 말았다. 제임스는 그게 더 마음에 안 들어 자리에서 딱 멈춰섰다. 그리곤 땅에 말려올라간 옷을 잡아내리던 아이를 언제 그랬냐는 듯이 그는 상냥하게 일으켜 세웠다. 무슨 일이 있었어요? 그러나 눈만은 미친 사람같이 소유욕으로 번뜩였다. 아무 일도 없었다고 해도 믿어주지 않을 거 같았다. 아이는 그저 제임스의 옷소매를 꽉 쥐었고 그는 아이의 작은 몸을 끌어안았다. 옷 뒷부분이 더러워지고 아이의 등이 자잘한 상처가 난 게 느껴졌지만 개의치 않고 얇은 천 하나를 사이로 손톱으로 긁어내렸다. 상처가 벌어지자 놀랐는지 퍼뜩 튀어오르는 몸을 더 꼭 안아줬다.
"화날 거 같아."
손톱이 갈수록 깊게 파고들었지만 아이는 찍 소리 안내고 그저 그의 목을 안고 매달렸다. 산뜻한 공기 중으로 피비린내가 퍼져서야 제임스는 손을 뗐고 고통으로 눈물범벅 되어버린 아이의 눈가 밑에 입을 맞췄다. 우리 집에 돌아가서 봐요. 제임스는 옷 뒷부분이 손톱으로 찢어져 드문드문 피가 보이는 아이를 안아들고 걸음을 옮겼다. 아이는 바들바들 떨리는 작은 몸으로 그대로 안겨 옮겨졌고 그들이 있던 자리의 하늘 위에서 까마귀는 말없이 내려보다 정 반대편인 방향으로 사라졌다.
식초님의 썰의 연장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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